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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유재하·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빛과소금, 그리고 봄빛까지

작성자
xnlDiCi
작성일
2019-12-28 18:05
조회
14
김종진-박성식-장기호 '앨범 재킷 표지처럼 손 모아'김종진-박성식-장기호 '앨범 재킷 표지처럼 손 모아'<!대신해 키보드주자로 합류한 박성식(58)과 함께 '사랑과평화'를 거쳐 기타리스트 한경훈(53)과 '빛과소금'을 결성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한경훈이 팀을 탈퇴, 2인 체제로 빛과소금을 끌어왔다.

뿌리가 같은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이 '봄빛'이라는 프로젝트를 결성, 33년 만에 함께 신곡을 발표했다.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이 의기투합해 27일 낮 12시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온(Re:union) 빛과 소금'을 내놓았다. 리유니온은 '동창회'라는 뜻. 셋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후암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장기호와 박성식이 동기이고 김종진은 1년 후배다.

김종진은 이날 오후 홍대 앞 클럽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식이 형은 30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저는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형이 알려주신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현식의 마음으로 작업한 이번 앨범 '리유니온'에는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 세 사람이 각자 쓴 세 개의 신곡과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의 명곡을 다시 녹음한 두 개의 리메이크 곡 등 총 다섯 트랙이 실렸다.

김종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와 리메이크 된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전태관의 기일인 이날 발매됐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전태관은 꼭 1년 전 오늘,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종진은 "1년 전 오늘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날이죠. 그 때부터 태관이를 기릴 수 있는 것을 고민했고 저희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음악으로 기리게 됐어요"라고 했다.

타이틀곡 '동창회'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대표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성향이 반대되는 곡이다. 동창회에 나갔더니 친구 한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랫말을 담았다.

김종진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삶에 관한 노래였어요. 반면 '동창회'는 죽음에 관한 노래죠. 만남보다는 헤어짐이 많은 나이가 되다보니 자연스레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노랫말에 담게 됐다"고 했다.

'보고 싶은 친구'와 오래된 친구' 등 리메이크 곡들은 모두 '친구'가 주제다. 김종진은 "행복, 친구를 빼앗아가는 시대잖아요. 그런 것들이 그리워 저희도 모르게 먼저 그 곡들에 손이 가지 않았나 싶다"고 먹먹해했다. 특히 '보고 싶은 친구'는 봄여름가을겨울 1집에 실렸던 곡으로 원래 유재하에게 바쳤다. 이번에는 전태관에게 바치는 곡으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박성식은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드러머 전태관'이 없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서운하고, 보고 싶고, 그리움이 계속 들었죠. 태관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김종진은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이 잇따라 세상을 먼저 떠난 뒤 "(하늘은) 천재를 먼저 데려가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 때 음악적 자존감이 떨어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며 숨은 고수처럼 있던 장기호, 박성식과 오랜만에 만나 작업을 하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들 역시 "엄청난 대가들"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제 실력이 달려서 남은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오전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전태관이 영면해 있는 경기 용인 평온의숲을 다녀왔다.

전태관의 딸인 하늘 양은 오후까지 평온의숲에 있었다. 김종진은 "하늘 양과는 한달에 한번 씩 보고 있어요.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해요. 정확히는 A&R(Artists and repertoire)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해요. 좋은 뮤지션들을 서포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죠"라고 했다.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세 사람의 음악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킬까. 김종진이 본인들을 바다의 선원이라고 정의한 것에 답이 있었다.

"발칙하고 철이 안 들어 음악의 바다에 배를 띄우고 가는 사람들이죠. 육지에서 바다를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전서구'를 띄우는 거예요. 비둘기 발에 달린 우리 메시지를 듣고, 매일 힘들게 사는 삶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거죠. 잊어버린 것,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을 전달해드리는 거예요."

세 사람이 33년 만에 뭉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방송국에서 섭외 요청이 빗발쳤다.

하지만 김종진은 "우선 우리 음악이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다리는 중이에요. '진짜 음악'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장기호는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은 사실 엄청 싸웠다고 털어놓았다. "음악적, 개인적으로 수없이 부딪히고 깨졌죠"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반드시 같이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함께 음악을 했던) 여섯 명 중에 세 분이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모두 없어지기 전에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는데 동의했습니다."

장기호는 예전과 지금 본인들이 다른 점은 "자기 분야에서 음악 생활을 수십년간 하면서 상대방의 정체성을 존중하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자신 안에 갇혀 있기보다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죠. 서로를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어요."

강단에 서면서 장기호는 한동안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음악적으로 완벽함을 제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그것을 다 내려놓았어요. 손가락이 더 빠르고 음정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은 이제 상관 없어요. 들으면 행복하고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언제가부터 삶에서 만남보다 이별이 더 많아졌어요. 저희 음악이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 모멘텀이 되면 더 바랄 게 없죠."